2019. 11. 1. 05:44ㆍMovie/Movie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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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rice (1987)
140분
15세관람가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
출연: 휴 그랜트, 제임스 윌비, 루퍼트 그레이브즈
지난 수요일, 문화의 날에 영화 '모리스(Maurice)'를 미리 볼 수 있어서 다녀왔다.
이 영화는 휴 그랜트의 데뷔작이라고 봐도 무방한 작품으로써, 우리나라엔 올해 11월 7일 정식 개봉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원래 30년도 더 된 1987년도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배급사에서 홍보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이하 콜바넴)' 이전엔 이 영화가 있었다며 콜바넴의 명성을 빌려 홍보하던데 그래서 뭐 관심이 갔던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영화 포스터에서의 휴그랜트 미모를 보고 난 뒤론 안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이 콜바넴의 제작 및 각색 담당이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기 전, 그의 1987년 당시 감성이 궁금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전망 좋은 방', '인도로 가는 길' 등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E.M 포스터'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엔 파격적인 내용이었고 또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소설이라 1914년도에 쓰여지긴 했지만 "내가 죽거나 영국이 죽기 전에는 출판할 수 없다"는 그의 말대로 영국이 죽진 않아서?😅그의 생전엔 발간되지 않았다. 사실 영국은 60년대에 동성애 법적 처벌에서 해방되었긴 하나, 소란스러워질 것을 우려한 그는 출판을 줄 곧 거부했고, 결국 1970년 그가 죽고 나서야 이듬해 발간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을 보면, 그가 다닌 캠브리지 대학교와 런던이 주 된 배경으로 나온다.
우선 영화에서는 예고편과 포스터를 본 사람들이 기대할 법한 씬들이 대부분 초반부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나온다. 푸른 잔디와 고풍스럽고 마치 호그와트가 생각이 나는 건물들을 품은 캠브리지 캠퍼스, 영국 중산층들의 예쁜 소품들과 여유로움 그리고 '클라이브 더햄'역 휴 그랜트와 (영화 보기 전 당연히 모리스가 휴그랜트 인줄 알고 보러갔다가 약간 당황) '모리스 홀'역을 맡은 제임스 윌비의 간질거리는 씬들까지.
하지만 초반의 황홀했던 영상미와는 달리 영화는 생각보다 급전개의 느낌이 강했다. 좀 뚝뚝 끊기는 듯한 편집들이 아쉬웠는데 원작에서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소설을 영화화 하면서 인물들의 감정선과 세세한 사건들이 많이 줄어듦에 따라 어느정도는 그리 보였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런데 구글링 하다보니 이번 개봉 버전에는 나오지 않는 삭제씬이 꽤나 많나보다. 뭐야..😕
영화를 굳이 다른 영화와 비교하는 평을 하고 싶진 않지만 아무래도 콜바넴의 이야기를 안꺼낼 수가 없는데, 뭐 홍보를 그렇게 하기도 했고 제작자가 같은 사람이니 굳이 꺼내보자면,
우선 나 같은 경우 개인적으로 로맨스 영화에 박한편이고 납득 가능한 감정선을 보여줄 때 그나마 몰입이 잘 되는 편이다. 물론 사랑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현실에서도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랑들도 많고 머리로는 이해가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콜바넴같은 경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어쩌면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앞 둔 그들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워 생기는 둘사이의 견제?와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 하기 전까지의 설렘, 아찔함, 절실함 등이 잘 나타나있어 동성애를 다룬 영화라고 콕집어 얘기하지 않아도 그냥 '사랑영화'라고 봐도 무방한 감정선을 통해 충분히 관객들이 주인공들과 같이 달릴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콜바넴은 그래서 벽난로 앞의 엘리오와 함께 울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모리스 같은 경우엔 해야 할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 과정의 생략이 많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 너무 아쉬웠고 심지어 포스터 카피문구에도 등장한 '첫사랑은 누군가의 인생을 영원히 바꾸기도 한다', '모든 사랑에는 어떤 첫 순간이 필요하다.'라고 홍보했음에도 그것과는 다른 진행을 보여주었다. 뭐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렇게 썩 '첫순간'과 '첫사랑'에 중점을 두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몰입을 방해하는 납득가지 않는 감정선 덕에 자꾸만 영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배우들이 연기하고 있군,,, 이라고 생각하는 스크린 앞 나의 모습을 자꾸 인지하게 만들었다. 그저 휴그랜트의 미모때문에 '저 얼굴로 날 사랑한다고 하면 뭐 없던 사랑도 샘솟긴 하겠네' 하는 생각?😆
아무래도 당시라 더욱 힘들었을 '금지 된 사랑'을 하는 두 주인공 답게 플라토닉한 사랑과 육체적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하는데, 두 사람 다 고등 지식인으로써 그동안 배워왔던 도덕적 죄의식과 함께 사회적 지위와 명예의 실추로 잃을 게 많은 그들이라 더욱 그 갈등은 어쩔 수 없었으리라. 보면서 공감되기도 하였지만 모리스에 비해 비겁해보이는 클라이브가 미웠다.
그리고 감독이 의도한게 아닌 것 같은데 의외로 영화에 웃음 포인트가 많았다. 주변에서 같이 킥킥대던 분들이 몇 분 계셨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내 웃음 코드가 특이한 건 아닌 듯 싶고 좀 자세히 설명해보자면, 너무 갑작스러움에 잉?스러워서 뭔데 저거(ㅋㅋㅋ)하면서 터지기도 하고 모리스가 어떤 상황에서 귀여운 액션을 취해서도 그렇고. 아, 그리고 약간 인물들이 대사 한줄 한줄마다 감정이 180° 변하는, 초단위로 바뀌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느껴진 씬이 있었는데 너무 코미디같았다. 다른 분들도 그 장면을 그렇게 느끼셨는지 궁금하다. (힌트; 스커더가 모리스를 찾아 온 부분) 너무 자세히 말하기는 스포일러같아서 따로 궁금하신분은 댓글을 남겨주시면 거기 적던가 개봉 후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면 적어봐야겠다.
영화 전개 부분도 감상에 중요 포인트지만 어떻게 마무리 되느냐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결정적으로 그 부분에서 앞에서의 이런 저런 이해관계와 사건들이 있은 후에 모리스가 찾게 된 사랑이 과연 좋은 사랑인지 썩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게 나의 영화 전반의 느낌에 영향을 끼쳤다. 나만그런건가? 뜬금없는 느낌과 함께 진정한 사랑같아 보이지않고 계속 상대 의도에 의심이 가서 이상하게 로맨스 영화에 긴장감을 느끼며 봤다.(스릴러 그만봐...) 이 부분도 아마 편집되어 없어진 씬들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층층이 쌓아가며 이야기가 진행 되어야는데 내 입장으론 너무 급작스러운 전개라 아쉬웠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또 다른 재미는 아무래도 30년 전의 영화다 보니 지금은 유명해진 익숙한 배우들의 옛 젊은 시절 모습들이 눈에 띄는데, 주인공인 휴 그랜트는 물론이고, 셜록의 레스트레이드 경감의 꽃돌이 시절을 확인 할 수 있다. 꽤 비중있는 역이다. 그리고 벤 킹슬리의 머리있는 모습! 그리고 짧지만 헬레나 본햄 카터도 나온다. 저 때만 해도 시리우스를 침묵의 베일로 던져버릴 사람이 될줄은 몰랐겠지. 괜히 순수해 보인다. 이 외에도 더 있겠지만 나머지는 직접 관람하면서 발견해보시기 바란다.
모리스... 기대가 컸던 만큼 생각보다 실망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오히려 콜바넴이라는 그늘이 없었다면 더 좋은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싶다. 그래도 30여년 전의 영화라기엔 놀라울만한, 이렇게 따스하고 아름다운 영상들과 함께 쫀쫀한 영국 포쉬 발음들을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는 영화다. 개연성에 큰 기대를 걸기보다는 눈에 좋은 걸 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니 아쉬운 마음에, 원작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져서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읽어보고 후기를 가져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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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E.M. 포스터가 '모리스'에 대해 남긴 말을 끝으로 글을 마칩니다.
"행복한 결말은 불가피했다. 나는 다른 식으로 쓰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소설에서 어떤 식으로건 두 남자가 사랑하게 하고 소설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그 사랑을 영원히 지키게 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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