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심플(Blood Simple) 떡잎부터 남달랐던 코엔형제의 데뷔작

2019. 10. 10. 05:43Movie/Movie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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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추천




 아트하우스 감독전으로 코엔형제의 첫 장편영화이자 데뷔작인 '블러드 심플(a.k.a 분노의 추격자)'을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1984년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하지 못했었는데 '2019년 10월 17일' 드디어 cgv 아트하우스를 통해 정식 개봉하게 되었다.

 

 이미 다 잘 알겠지만 코엔 형제의 작품으로 가장 잘 알려진 영화는 아무래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겠고 그 다음으로는 '파고'정도 들 수가 있겠는데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선 두 작품 모두 당시 크게 흥행 하진 못했다(독립영화 관객수정도 랄까). 하지만 사실 코엔형제는 블러드심플로 데뷔했을 때부터 신선한 카메라 워크와 감각적 연출로 21세기의 영상이 나왔다느니하며 1985년 제 1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까지 수상한 일명 데뷔부터 잘 된 감독들이다.


(데뷔 당시 조엘코엔 29세, 에단코엔은 27세    출처:multiglom.com ) 


영화 제목 블러드 심플(Blood Simple)은 작가 대실 해미트의 소설 '붉은 수확'에서 따온 것[1]인데, 살인을 저지르고 난 후 보이는 일종의 정신 상태를 의미한다. 


 코엔 형제는 블러드 심플을 제작하기 전 사람들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 짤막한 2분 남짓의 영상을 제작했는데 일종의 예고편같은 이 영상에 영화 '이블데드'의 주인공 브루스 캠벨이 출연했다. 그 당시 조엘 코엔이 영화 이블데드의 보조 편집자로도 참여하기도 하며 (이블데드와 스파이더맨을 찍은)감독 샘 레이미와 알고 지내던 사이라 아무래도 배우를 빌려 쓴 듯 싶다(도움을 받았다고 하자). 그 덕분에 홍보 영상을 찍을 수 있었던 코엔 형제는 65명의 투자자에게서 85만 5천달러를 받아 8주라는 짧은 시간에 이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 영상'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주점 사장 마티역할을 댄 헤다야가 아닌 브루스 캠밸이 연기하고있다. 영화 본편을 보고 나서 보이는 건데 조금씩 달라진 부분도 있고 영화의 주요 시그니처 씬들이 얼추 들어간 걸 보면 대략적 큰 틀은 이미 다 계획해 두었었나보다. 아직 안보신 분들은 한번 보고나서 비교해보셔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블러드 심플의 여주인공 프란시스 맥도먼드는 대부분 최근작?만 봐서 나이 든 모습들이 익숙했었는데 이 영화에서 앳된 얼굴로 나와서 참 신기했다. 그리고 물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2번이나 받고 TV에미상과 연극의 토니상까지 트리플 크라운 액팅을 달성한 그녀지만, 살짝 예전엔 연기가 딱히 지금처럼 잘 한다는 느낌은 들지않았다.😅 성장하셨군요... 

 맥도먼드와 조엘 코엔 감독은 블러드 심플에서의 인연으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결혼을 84년 4월에 한 것으로 아는데 영화가 9월 개봉이니 개봉 전에 이미 결혼을 한 배우-감독 커플이었다. 


프란시스 맥도먼드(1984 블러드심플)


 영화는 옛날 영화 치고는 확실히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예전 영화들은 당시엔 그럴싸 해보일지라도 요즘 보기엔 뻔한 시퀀스와 더러 예상가능한 카메라 연출들이 난무한데, 블러드심플은 지금 전부 다 기억나진 않지만 영화를 보면서도 지금봐도 괜찮다 싶은 장면들을 꽤나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애비(맥도먼드)가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다가 그 상태로 이불 위로 눕는 장면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던 부분이나 자동응답기 버튼을 꾹 누르던 손가락이 그대로 자연스레 핏자국을 누르는 장면으로 오버랩되는 등 신선한 장면들이 많았다. 요즘에도 광고나 드라마에 종종 쓰여 근사하게 보이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원조격인 이 작품으로 그 당시엔 더 멋져보이지 않았을까. 

 극적인 씬도 여러개 있었는데 그런 극적으로 몰입되는 상황 속에서 더욱 긴장감을 돋구어 주게 하는 연출들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을 얘기해보자면 주인공들이 서로의 상황을 오해하게 만드는 디렉팅을 받아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인물들이 서로 화만내면서 정작 중요한 얘기는 쏙 빼놓고 한다거나 과하게 태연한 모습을 보일 땐 답답해서 속이 끓었다. (개인적으로 멍청한 인물을 좀 싫어함...) 


 확실히 영화 스토리는 크게 대단하지 않은 불륜 스토리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의 꼬리들을 통해 들게하는 궁금함, 제한 된 공간 속에서 스릴감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공들인 클라이막스 씬들이 보는 재미와 함께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큰 틀에서 보면 단순하게도 보이는 걸 이리저리 꼬아 그럴싸하게 바꾸고 결국엔 쯧쯧 인간들이란..하며 관망하는 듯하게 끝나는 느낌이 어떻게 보면 허망하게도 느껴지겠지만 그게 코엔 형제 작품의 매력인 것 같다.


 이번 개봉하는 버전은 98년에 재편집한 감독판인데 4k-UHD로 리마스터링 된 버전이라고한다. 기존버전에서 새로운 씬이 특별히 추가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극장에서 코엔형제의 데뷔작을 만나보는 건 어떨지 한번 추천해봅니다. 16일엔 이동진 평론가의 라이브톡도 준비되어있으니 평소 코엔형제를 좋아하시는 이동진평론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시간을 맞춰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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