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Parasite, 2019) 웃지마세요, 당신이야기예요.

2019. 10. 5. 06:14Movie/Movie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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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리뷰 결말



 봉준호 감독이 재작년 옥자를 내놓은 뒤로 오랜만에 기생충으로 나타났다. 그 당시 옥자 개봉을 넷플릭스로 했었기 때문에 일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상영을 해주지 않았었다. 넷플릭스에서 봉감독님께 18세 등급 이상이어도 좋고 창자로 줄넘기를 뛰어도 상관없으니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하여 극장개봉엔 어려움이 있을지언정 감독으로서는 어찌되었건 제작의 자유라는 솔깃한 제안이니 거부할 수 없었으리라.


 그치만 아니! 오랜만에 나온 봉감독님 영화를 절대 집구석에서는 볼 수는 없어! 스크린으로 꼭 봐야한다는 일념하에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 시간표를 찾아다니며 스케쥴을 맞추고 그랬는데 나같은 사람이 많았었는지 대한극장 자리 좋지도 않은데 매진되다시피 예매가 정말 치열했었다. 그래서 간만에 대한극장에 사람이 많아서 흥한다고 좋은거 아니냐 그런 소리도 있었다. 


  옥자때 설렜던 소식은 봉감독님이 당시 톡프로그램이었나? 인터뷰에서 살짝 차기작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를 흘려서 

'뭐야,,, 제목이 기생충이야? 벌써부터 재밌네...'라 생각했었는데 참 그때만해도 연가시같은 영화가 나올 줄 알았던 사람 많았을 거다.😨



 사실 이미 한국에서는 기생충을  올해 5월 말에 개봉했었기 때문에 영화 좀 본다고 하는 사람 포함해서 수상 소식을 들은 사람들 모두 봉준호가 해냈다며 극장으로 달려가 천만이 넘었다. 옥자같이 넷플릭스 개봉이었다면 이렇게 될 수 있었을까? 뭐 요즘 천만은 예전 천만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천만을 잡기가 마치 하늘의 뜻인 양 쉽지 않은데 결국 감독님 커리어에 뿌듯한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송강호 박소담

(물론 이것만 하겠냐만은)


  작년 71회 칸영화제에서는 황금종려상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게 수여되었는데 그 당시에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면서 수도꼭지 틀어논 듯 멈추지 않는 눈물때문에 그냥 휴지를 턱에 받치고 볼정도였는데 내 주변 아저씨, 지긋한 할아버지, 친구분끼리 오신 아주머니 관람객까지 모두 엉엉 울고 계셨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같이 공감하고 우는 기분이라 약간 맘 놓고 더 자유롭게? 울었던 좋은 기억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번 72회 황금종려상의 주인공 기생충은 과연 어떤 영화일지 너무 궁금했다. 우선 제목 덕도 있겠지만 저 포스터가 주는 분위기가 또 한 몫했다. 아, 해외에선 기생충 굿즈라고 복숭아가 담긴 상자를 주거나 포스터 속 저 눈에 검은 띠같은걸 나눠 줬다고 한다.⇂⇂⇂😂 

눈에 붙이고 인증샷을 찍고 그러던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직접 자기 얼굴들에 열심히 포샵해서 올렸던거 기억난다 ㅜ 쒸익쒸익. 



  

  봉감독님이 말씀하시기론 포스터 담당자가 저렇게 만들어왔는데 딱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드셨다고 한다. 역시 특이해. 난 처음에 보고 음침하지만 정돈 된 부잣집 배경에 흰 시체같은 다리, 괴상한 분위기때문에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송곳니'가 떠올랐다. 보신분들은 알겠지만 내용도 가족 이야기라 뭔가 그런 비슷한 느낌의 영화이지 않을까라고 예상 했던 것 같다. 

(아직 못 보신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영화 송곳니! 기괴하면서 숨은 메타포같은것들 찾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려요. 계속 저게 도대체 의미하는건 뭘까 탐구하게 되는 가족 이야기랍니다.)





  난 이동진 평론가의 라이브톡으로 기생충을 관람했었는데 영화를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분들이 다 같이 모였었다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기생충이 그냥 개봉초에 일반관 좋은 자리 예매하기도 치열했지만, 이번 이동진의 라이브톡은 봉감독님이 직접 오시는 라이브톡이라 열기가 무척 뜨거웠다.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예매전쟁을 해서 워낙 예매가 힘들기도 했지만 80%정도의 관람객이 혼영이었던 걸 생각하면 진짜 영화를 온전히 감상하러왔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성공했구나 용사들이여 찡긋찡긋. 

  

  사실 이런 저런 라이브톡을 많이 다녀봐서 어느정도 익숙한데도 이렇게 그때만큼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설렜던 적은 없는 듯 싶다. 왜냐하면 영화 시작 한참 전부터 다들 그리 제 자리에 정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은 처음이었고 심지어 그 흔한 팝콘 들고 온 분도 없었다. 영화관 안에 사람이 꽉차있었는데도 혼자 있는 기분이 들정도로 고요하고 미동도 없었다. 문득 여기서 관크하나 걸리면 수백개의 눈총을 받겠구나 싶었다. (부시럭)



(화질너무 미안하오) 수상축하 꽃다발을 받은 봉감독님. 부시럭부시럭.



당신들이 안보여 빛 때메... 드루와..질문 다 드루와 



  개봉 전부터 스포일링하지 말라고 당부하던 봉감독님 말처럼 극이 진행될 수록 예상불가하게 휘몰아쳤다. 영화의 초중반 부분에서는 대중들이 장르적으로 기대할만한 것들을 어느정도 충족시켜주면서도 그렇게 끝나면 섭하지! 이게 바로 황금종려상의 맛이다! 하면서 멱살잡고 후반에 봉감독님 주특기인 의외성으로 신선함까지 보여줬다. 


  


 흔히들 영화제에서 상받은 영화라하면 재미는 없겠구먼 하는 인식이 만연한데 기생충이 천만을 넘을 수 있던 이유는 보편적 대중들도 쉽게 즐길 수 있게하는, 작품성 못지않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생충은 사실 밝은 영화가 아니다. 그런데도 수더분한 태도와 능청스럽게 하이스트 영화인 양 가족사기단의 면모를 보여주는 비극의 주인공이면서도 희극의 주인공인 그들을 보며 하하 호호 웃는다. 참 무서운 영화다. 사실 다 당신들 이야기인데. 


  가깝게 바라보면 그저 세 가족의 지랄맞은 상황들과 없는 자들의 꼬리를 무는 농락이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매직아이 그런거 말고), 중력때문에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거스를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는 사회적 계급의 처절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잔혹한 이야기니 말이다. 관객들은 그걸 보면서 즐기며 웃고있다. 그렇기때문에 기생충이 영화를 신나게 봤으면서도 집에 지하철을 타고 돌아갈 땐 밀려오는 찝찝함과 이상하게 기분나쁜 그런 음울함이 든다고 생각한다. 이 잔인한 새럼.



봉감독님 저 자켓을 나중에 벗으셨는데 팔에 문신이!!. 오 처음 봄. 쐉남좌.



  그렇게 영화는 중반이 넘어서부터 예상불가하게 빠른 극전환을 하면서도 스토리를 어설프게 놓치지 않는데 마무리에서 여차하면 싱거운 영화가 될 수 있었을텐데도 집중력있게 끝가지 준비를 단단히 한 것같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서 나오는 최우식의 노래까지 너무나도 알찼던 관람이었다. 물론 동화같은 허무맹랑한, 그저 그런 무책임한 희망을 주지않는 결말 또한 마음에 들었다. 


  

 얼마 남지 않은 '10월 11일', R등급을 받고 곧 북미 개봉을 앞둔 기념으로 지난 여름 축축했던 기억의 기생충에 대해 몇 자 적어보았는데 해외 관객들은 어떻게 볼런지 벌써부터 반응이 궁금하다. 나라마다 평이 갈리는 영화도 많지만 지극히 한국적인 것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하는데도 해외 반응도 좋을 땐 뿌듯+신기하기도 하다.(요즘 세상이 어느 땐데 아직도 덜 트인 마인드) 뭐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니까. 솔직히 외계인들도 감상평 내놔라 해보면 은근 비슷할겨. 아님 말고.


  최근 화성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살인의 추억과 함께 회자되던 봉감독님은 벌써 차기작 두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하셨는데 벌써라기엔; 2000년도 중반부터 10년간 준비해오셨다고 한다. 그 중 한 작품은 서울 한 복판의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루는 호러쪽 장르 일 것이라는데 소재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다음은 캐스팅. 아무쪼록 요즘 영화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실 봉감독님 앞으로도 소처럼 일하세요. 뽕보로봉봉~


Resp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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