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가 가로수가 되기까지의 여정

2019. 10. 17. 18:20IT ✗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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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는 이유


 이 맘때가 되면 울긋불긋 변화하는 자연의 색에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러 나들이 가시는 분들도 많을텐데요. 올해 우리나라 단풍 시기가 이제 한창 절정에 돌입했습니다. 단풍시기는 보통 그 한해 8월의 강수량과 9월과 10월의 기온을 토대로 추측하는데 일반적으로 강수량이 적을수록 그리고 기온이 낮을수록 빨라집니다. 평지보다는 산, 강수량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지역, 그리고 음지보다는 양지에서 더 잘 나타나는 단풍은 식물종마다 붉거나 노랗기도하고 갈색이 되기도하며 나타내는 색이 다른데요,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요.



 이러한 색의 차이를 결정 짓는 요인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보통 식물들은 기온이 5℃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나뭇잎이 더이상 활동하지 않아서 잎 속에 있던 엽록소가 파괴되는데, 엽록소는 보통 초록빛을 띄고 그 엽록소가 파괴되는 자가분해 과정에서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보통 안토시아닌이 많을 수록 더 붉은 색을 띄게 되는데 그렇지 않는 경우는 그동안 초록 엽록소 색에 가려 드러나지 않던 잎 자체에 있는 크산토필을 포함한 '카로티노이드(Carotenoid)'계열의 노란 색소로 인해 노란 빛을 띄게 됩니다. 갈색같은 경우는 타닌(Tannin)성분이 산화 중합되어 축적 되었을 때 나타납니다.

 

 이렇듯 나무 종마다 다양한 색으로 나타나는 단풍의 모습을 보기위한 첫 단풍시기는 산전체로 보았을 때 정상에서 부터 20% 가량 단풍이 들었을 때를 이르며 같은 방법으로 80%가 넘어설 시기를 절정기라고 부르고 보통 첫 단풍시기가 있고나서 2주후 나타납니다.


2019년 단풍시기 naver.com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계절이 뚜렷한 까닭에 다양한 산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굳이 멀리 가지않더라도 도심속에서도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있는 은행나무들 덕에 충분히 가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풍성하고 노란 잎들과 함께 발아래 악취의 기억도 함께지만 말이죠. 그렇다면 이런 불편함이 있는데도 왜 이렇게 가로수로 은행나무가 많이 심어지게 되었을까요?


 서울시 같은 경우는 1971년 은행나무를 시목(市木)으로 지정했는데 이는 은행나무의 성질이 먼지에 잘 견디고 자동차 매연 등 대기 속 아황산가스, 납성분 등의 중금속을 빨아들이는 공기정화작용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로수로써 적합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또한 은행나무는 특별한 천적이 없고 피톤치드와 고유의 플라보노이트, 터페노이드가 포함된 독성으로 인해 해충을 쫓아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을이면 노란 단풍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는 장점덕에 전국 가로수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합니다.


 해충을 쫓는 능력덕에 그래서 듣기론, 집안에 바퀴벌레를 쫓아낼때 은행잎을 주워다 놓으면 도움이 된다고 하나 사실 이건 예방책 정도이지 정말 집에 바퀴가 들끓고 있다면 은행잎 주으러 갈 시간에 요즘 잘 나와있는 바퀴약을 놓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이왕 바퀴얘기가 나온김에 좀 더 얘기해보자면, 바퀴벌레는 소름돋는 생명력으로 지구상에서 3억 5천만년의 긴 생존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인류가 겨우 10만년 전 출현한 것에 비하면 지구상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 의심스럽죠. 그래서 이런 살아있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바선생에게 필적할 또 하나의 일명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나무계의 바퀴벌레는 아마도 은행나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은행나무 이미지상 미안해서 나무계의 바퀴벌레라는 말은 취소할게요.😅


fossilplants.com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말이 사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화석에서 발견되는 바퀴의 모습이나 은행잎의 모습이 지금과 큰 차이가 없어요. 은행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산 나무이기도 하지만 몇 안되는 겉씨 식물(은행나무, 소나무, 잣나무 등) 중 하나입니다. 생물분류체계인 계-문-강-목-과-속-종에 따르면 은행나무는 식물-은행나무-은행나무-은행나무-은행나무-은행나무-은행나무으로 식물계에서 이렇게 단일문으로 구성된 분류로는 유일합니다. 2억 7천만년전 고생대 페름기부터 번성했고 당시엔 여러 종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생대때부터 줄기 시작해 신생대에 와서는 북반구에만 남았다가 대부분 멸종하고 동아시아에 현재 우리가 아는 은행나무 단 1종만 남게되었습니다. 에 속하는 종이 전부 멸종하고 단 한종이 남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냐면, 인간의 경우를 생물분류체계로 봤을 때 동물-척삭동물-척추동물아-포유-영장-유인원-사람-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여기서 밑으로 싹 멸종하고 '우리' 호모사피엔스 단 한 종만 남은 거라 볼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척삭동물에는 보통의 척추동물들이 있고 심지어 멍게나 미더덕같은 친구들도 포함 되어있습니다. 


 은행이 이렇게 혼자 남게 된 데에는 여러 추측이 있겠지만, 속씨 식물이 번성했던 신생대에 들어서 아무래도 겉씨 식물로써는(은행이 열매가 아니고 씨 자체입니다.)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고약하긴 하지만 그 독한 은행씨를 먹으며 번식에 도움을 줬던 어떤 공룡의 멸종도 한 이유가 되겠습니다. 은행나무는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하게 보이기 때문에(성균관 대학 로고에 쓰일 정도로) 그냥 옛날부터 잘 살아왔구나 싶지만 사실 세계 어디에서도 생태계 속 자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간의 손길을 탄 곳에서 인류의 역사와 함께 살아오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인류가 멸종하면 그 다음으로 멸종할 생물종 1순위로 꼽히기도 합니다.


1100살 추정의 나이로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되어있는 '용문사 은행나무' /블로그 찰라 challaok

 

 은행나무의 남다름을 더 알아볼까요? 은행나무는 특이하게 암수가 구별되어있는데 우리가 흔히 길에서 악취를 뿜으며 은행을 떨구는 나무는 암나무입니다. 이게 암 수를 구별해서 수나무만 가로수로 심으면 좋겠지만 은행나무 묘목일때는 암수구별이 어렵고 최소 15년에서 20년 이상 자라야 암 수의 구별이 확연해집니다. 보통 은행나무가 300~3000년 살기때문에 은행나무입장에서 15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어찌되었건 그렇기 때문에 오래 키운뒤 심기엔 이식 비용이 더 들뿐이라 대강 구별 후 심게 되는데 온전히 구별되지 않아 종종 암나무가 섞여들어가게 된 것이죠. 


 


국립산림과학원 www.forest.go.kr


 그래서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은행나무 성감별 DNA분석법을 개발했는데요, 이는 은행나무 DNA를 분석해 수나무만이 성감별 유전자가 증폭되어 구분되는 점으로 1년생 묘목에서도 쉽고 빠르게 암나무와 수나무를 조기 구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아 중국에서 국제 특허로 등록되었는데 덕분에 그 뒤로 심는 가로수는 대부분 수나무 은행나무이고 앞으로 더 많이 진행되어야겠지만 우선 사람이 많이 다니는 버스정류장이나 횡단보도 근처에 있는 암나무 은행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식재사업을 통해 악취없는 은행나무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암나무가 그렇다고 해서 천덕꾸러기일 뿐만은 아닙니다. 저는 은행 구워먹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쌉쌀하면서도 고소한게 한 두알 먹으면 맛있죠. 은행나무의 뜻도 '은빛살구'라고 은행씨의 모습이 살구모양을 닮았다 하여 그렇게 붙여졌습니다. 그런 씨앗의 겉부분을 감싼 과육같은 부분에서 그 은행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많이 나는데 만지면 알러지 반응도 일으키니 닿지않도록 주의해야합니다. 그렇다고 먹을 수 있는 은행 씨 부분도 안전한 것은 아니예요. 은행에는 MPN이라는 물질이 들어있는데 많이 먹게 되면 간질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합니다. 그리고 혈전분해 성분이 혈액 응고를 방해하므로 큰 수술을 앞두신 분들도 피해주세요.(그래서 혈액순환 개선약으로 은행추출물이 이용되기도 함) 되도록 하루에 15개 이상은 먹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러모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은행나무. 

최근 100년간 세계 다른 곳으로도 많이 번식되어 이젠 수백만년 전의 분포상태로 분포지역을 넓혔으니 앞으로 지구상에 우리가 얼마정도 살지 알 순 없지만 남은 시간 서로 열심히 살아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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